반복되는 의정 갈등을 거치면서 대형 대학병원에 대한 환자와 국민의 신뢰는 밑바닥이다. 많은 설문조사에서 국민 대다수는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쪽도 환자를 최우선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대학병원이 담당해 왔던 지역·필수의료 서비스는 오히려 악화되어 지역 의료 붕괴 위기에 처해 있다. 전국 환자들은 서울의 대학병원으로 집중화되고 있다. 대형 대학병원의 수도권 쏠림과 지역 의료 공백이라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간의 창의적인 참여와 감시가 절실하다.
주식회사 대학평가연구원과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으로 추진한 500병상 이상 대학병원 민간평가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대형병원 종합평가이다. 대학병원 평가모델이 국내 의료체계의 핵심축인 대형병원을 체계적으로 조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환자 중심 서비스/안전, 연구/교육 성과, 그리고 공공의료 역할 등을 종합해 평가함으로써 병원 자체의 개선뿐 아니라 보건의료정책 논의까지 선도할 수 있다. 특히 환자 만족·안전을 중시함으로써 환자권익 향상에 기여하고, 병원 간 국제적 경쟁력을 부각시켜 의료산업 발전을 도울 것이다.
국내 병원평가는 복지부(심평원)의 평가가 유일하고, 민간주도의 병원평가는 전무 하다. 의료 시스템의 다양한 문제점들을 해결하려면 환자 중심의 시각으로 서비스 수준을 재점검하고 개선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그동안의 의정 갈등에서도 환자의 목소리가 배제된 정책은 한계가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따라서 의료 개혁은 공급자(정부/의료계) 중심이 아니라 환자와 국민의 차원에서 의료서비스를 평가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세계 병원평가는 미국 시사주간지 Newsweek와 글로벌 데이터 기관 Statista가 공동으로 2019년부터 유일하게 실시하여 World Best Hospitals 랭킹을 매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병원평가는 국가별 특수성이 강해 글로벌 평가가 쉽지 않다. 뉴스위크의 세계 병원평가도 동료 의료진 설문조사(약 50% 가중치)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어 신뢰도가 높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세계 유일의 병원평가이므로 국내 대형 대학병원들은 이 평가에서 상대적 높은 순위를 얻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대학평가연구원과 한국경제신문은 평가 결과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모델을 제시했다. 결국 대학병원 평가는 의료 공공성 강화와 보건의료 형평성 제고, 의료산업 글로벌 경쟁력 확보 등의 사회적 요구를 정책적으로 반영하는 장치로 발전시킬 수 있다. 정보와 의료계 그리고 시민사회가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건강한 보건의료 생태계 조성을 위해 협력한다면, 국민의 신뢰와 건강할 권리를 높여주는 긍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